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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트북 연대기 : 14인치 맥북프로 롱-텀 사용기리뷰/물건 2023. 12. 13. 01:30
바쁘게 지내다보니 블로그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보니 직전글이 노트북 연대기였던걸 발견하고.. 어쩌다보니 맥북프로 롱텀 사용기를 쓰게 되었다.
1. 왜 맥북을 사게 되었나?
지난 겨울 작성한 글의 마지막이 연구실 동료의 맥북프로 발견.. 이었는데, 사실 처음 볼때만 해도 저걸 쓰는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지금에야 믿고쓰는 ARM이지만 당시만 해도 애플실리콘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기존에 맥북에 호감이었던건 예쁘게 뻗은 유선형 바디 디자인과 13인치의 적당한 사이즈, 좋은 퀄리티의 액정 정도였는데, 못생기고 무거운 14인치 프로는 그닥? 이라는 생각이었다. 프로급에 ARM cpu 를 사용한다는것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240만원짜리 노트북을 산다는게, 감가 다 때려맞은 중고를 구매해가며 평생 사용한 노트북의 가격을 다 합쳐도 200만원이 안되는 나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예전에도 에어 라인업이 있었지만, 인텔 에어는 그저 예쁜 쓰레기 정도 포지션으로 배터리도,발열도,성능도 잡지 못한 그냥 예쁘기만 하고 문서 편집이나 조금 하고 마는 라인업이었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이전에 사진 작업 때문에 아이맥을 1년정도 사용해 볼 때도 트랙패드가 생각보다 괜찮네~ 나 액정이나 스피커가 상당하다 정도 생각만 했지 이걸 메인으로 쓸 생각은 안들었다. 씽크패드와 빨콩에 대한 무한 애정과 더불어 한글 문서 작성하기에 영 불편하고, 한글 파일명이 자꾸 깨지는 OS 정도의 인식이었을 뿐. 그런데 동료의 맥북프로 사용을 보다보니 몇가지 생각 못한 포인트들이 있었다.
우선, 충전기를 안들고 다닌다는거였다. 처음에 나는 그형이 충전기를 안들고 왔는지도 몰랐다. 노트북을 쓴다면, 기차나 버스같이 잠깐잠깐 쓰는게 아니라 내 고정된 자리가 있다면 충전기부터 꽂고 시작하는게 국룰이라 생각했는데, 만나고 한참 뒤에 어제밤에 충전을 못했다며 잠깐 충전기좀 빌려달라고 얘기했을때서야 이건 충전기가 필요 없는 물건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언제나 펼치면 바로 사용된다 라는 것 이었다. 아이맥을 쓸 때도 맥은 전원을 끄는게 아니다 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습관이 안돼서 창을 다 닫고, 슬립을 하거나 전원을 끄면서 사용했다. 윈도우 노트북을 사용할때는 항상 작업내역을 모두 저장하고, 전원을 끄고, 충전기를 빼고 가방에 넣었다. 다시 작업을 시작할때도 역순이었다. 카페에 가서 충전기 위치를 찾고, 자리에 앉아 전원을 키고, 음료를 시킨 뒤에 작업창을 다 열고나서야 무언가를 시작하는게 루틴이었다. 지나고 나니 윈도우 노트북도 비슷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게 되긴 했지만, 몇번이고 가방속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원이 켜져 뜨-뜻 해진 노트북을 꺼내본 기억이 있어서 나는 마음이 불편하더라. 같이 어딘가를 이동하거나, 카페에 갔을때도 빠르게 노트북을 꺼내서 1~2분만에 수정하고, 학습을 돌리는 모습이 그냥 멋져 보였다.
지금에야 맥북을 쓴다 해서 대단한 작업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는게 아니라는걸 잘 알고있지만, 당시만 해도 어떻게 하면 저 형을 따라해서 능률을 올려볼까 싶었기 때문에 나도 맥북을 사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맥북프로를 사게 된 이유?
처음에는 당연히 맥북프로를 살 생각이 없었다. 물론 연구실에서 받는 돈을 잘 아껴서 노트북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을 모았지만, 나에게 그렇게 비싼 기능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잘 안맞았을때 언제라도 처분할 생각을 했기 때문에 m1 맥북 중고 정도가 적당해 보였다.
당시 8~90 정도면 적당한 상태의 중고를 구할 수 있었던 상황에 이리저리 장터를 뒤져보다가 추석을 며칠 앞둔 새벽, 중고나라에 올라온 75만원짜리인가.. 매물에 연락을 해서 택배로 거래를 하기로 했다. 개-꿀 매물로 보였고, 더치트를 포함 이리저리 조회해 봤을 때도 별다른 이슈가 없었어서 맘 편하게 거래하고, 추석이 지난 후 받게 될 m1 에어와 즐거운 미래를 꿈꾸며 집으로 내려갔는데..
알고보니 나는 중고나라론을 당한거였다. 보내준 송장에 적힌 택배비가 너무 싼것을 보고 바로 연락했는데, 처음 몇번 말을 돌리던 판매자는 다른 판매물품과 착각해서 잘못 보냈다는 말을 했고, 며칠 더 기다리며 연락했을때 달라지는게 없었고, 내가 무이자 급전 ATM 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돈은 다 돌려받았다는건데, 거의 한달간 돈을 못받을까 하는 걱정과 이런놈한테 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돈을 돌려받은 다음날 바로 맥북프로 14인치를 쿠팡에서 주문했다. 너무 약오르고 열받아서 이참에 그냥 질러버리자 라는 생각이었고, 더이상 이런거로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3. 결론
사용한지 일년 반쯤 되어가는 지금 노트북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자면, 대-만족이다.
내가 생각하던것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고, 불편할거라 생각했던 arm+맥 의 조합은 메인으로 쓰기에 아쉬움이 없었다. 물론 종종 증명서 따위를 떼는데에 문제가 있어 윈도우 PC를 켤 때가 있지만, 게임을 안하고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Chrome/Vscode(remote)/Lightroom 이 90%에 달하는 나같은 사용 패턴에서는 불편할 일이 없었다.
가격표만 까먹는다면야, 아직까지도 감탄만 나오는 액정과 스피커에 5~6시간은 가뿐하게 버텨주는 배터리까지, 아쉬움이 하나 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파일이야 클라우드로 전송할일이 대부분이라 A 타입 usb의 부재에 대한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고, HDMI나 SD 카드 슬롯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M2, M3 리비전이 되었지만 플랫폼이 유지되어서 그닥 기변 욕심도 없고, 성능도 아직까지 모자람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취업을 한다 해도 한동안 노트북을 바꿀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가지 바라는것이라면, 애플케어가 끝나기 전에 배터리가 80% 아래로 내려가 줘서 교환 한번 했으면 하는 정도? 근데 쉽진 않을 것 같다.
맥북프로야~ 주인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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