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OLYMPUS XA
한동안 카메라를 많이 사다가 요즘은 좀 뜸한데, 당시 인스타에 리뷰를 올려볼까 해서 페이지를 팠다. 귀찮아서 하나 올리고 말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김에 옮겨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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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필카를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부담 없이 항상 들고 다니며 슥슥 찍기 위함인데 수동에, RF, 작아서 형편없을 것 같은 조작감, 최소 20만 원은 줘야 하는 꽤나 비싼 가격.. 하나도 맘에 드는 게 없는 카메라였는데, 당근 마켓 보고 capios 25를 사러 갔다가 판매자 아저씨가 두 개 하면 10만 원에 준다 해서 고민 없이 받아왔다.
사실 렌즈 상태도 썩 좋지 않고(곰팡이) 아저씨 말로는 셔터 속도도 이상하다 해서 관상용이나 돈 좀 주고 고쳐서 한번 팔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들고 왔었다.
근데 배터리를 가니 노출은 얼추 맞는 것 같고 수리점 사장님 말씀으로는 장담컨대 사진에 곰팡이가 안 나온다 해서.. 속는 셈 치고 한 롤 넣어서 찍어본 결과 전혀 이상 없음! 만족이다.
장단점이 워낙 뚜렷한 카메라이고, 어느 정도 사진을 찍을 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쓰면 딱 좋아할 카메라이다. 한롤만에 이 카메라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알겠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작은 rf 35mm 카메라로 유명할 만큼 일단 작고, 꽤나 준수한 스펙의 렌즈(35mm f2.8)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목측 식이 아닌 것도 마음에 든다.
화질을 기대하고 찍는 필름 사진은 아니라지만 작은 바디와 렌즈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사진을 뽑아주기도 하고, 조리개 우선 모드인데 정확한 수준의 측광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게 재미있다. 사진에 대해서 좀 생각하고 찍을 수 있는 사람들에겐 특히.
찍을 사진에 따라 조리개를 설정하고, 심도를 고려해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감고 누르는 과정들이 딱 불편하지 않을 정도에서 재미있다. 이런 크기의 카메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iso 조절 기능도 있어서 좀 번거롭지만 상황에 따라 노출 보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원래 iso로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대게 P&S 카메라로는 af 시스템의 조악함때문에 작은 피사체나 유리 밖의 피사체는 사진 찍기를 거의 포기하게 되는데, XA는 수동인 대신 내가 원하는 물체에 정확히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다.
다만 연식이 연식이니만큼 단점이 없진 않다. 렌즈 구조상 곰팡이가 쉽게 피고 뷰파인더에도 먼지 유입이 잘 되는데, 이를 고치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수리점에서 잘 안 받아주려 한다거나, 파인더 내 작은 지침이 셔터스피드를 표시해주는데 이 지침이 정확하지 않다거나(파인더 지침과 실제 셔터스피드 결정은 별개이다. 내가 가진 친구는 항상 1/8초 정도를 가리키고 있다...) 좀만 방치하면 녹이 올라올 것 같은 조악한 바디 도색과 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들이 자잘하다 느껴질 만큼 XA는 매력이 충분한 카메라이다. 분명히 재밌고, 기대보다 좋은 사진을 뽑아준다.
디지털에 질렸거나, 언제든지 주머니에서 꺼내 사진을 찍을 작은 카메라를 찾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제조 : OLYMPUS
모델명 : XA
구매 : 2021.10(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