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물건

나의 노트북 연대기 : 씽크패드.. 굿바이..

daily-kim 2022. 12. 21. 03:23

얼마 전 구매한 맥북프로를 구매하게 된 계기를 좀 써보려다가, 노트북 구매 연대기를 정리해보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봤다.
어릴 때부터 게임은 안된다던 부모님의 가르침 하에 데스크톱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는, 그런다고 컴퓨터를 안쓸 수는 없으니 노트북을 사용해왔다. 뭔가 사는 것도 좋아하고, 구매에 있어선 어릴 적부터 책임을 지도록 배워와서 덕분에 꽤나 오랜 시간 내가 쓸 노트북을 스스로 결정하고 구매해왔다.
그동안의 내 노트북 생활을 떠올려보면..
1. (~2013) 아버지가 쓰고 넘겨준 삼성/엘지 노트북, 보통 내 것이 아니었음.

보통 이렇게 생겼다.. 하이글로시 상판, 믿음직한 대기업 로고, 하이마트/전자랜드에서 고른 펜티엄 cpu.. 세상에서 제일 구린 hd급 해상도의 tn 패널..


2. (2013~2014) Thinkpad E530

그래도 나름 애정을 많이줬던 친구였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내 노트북을 처음으로 사게 되었다. 어릴때부터 가져왔던 씽크패드에 대한 환상, 15.6인치의 나름 대-화면, 아이비브리지 i5의 나름 초-호화 스펙의 노트북을 50 내외로 구매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빨콩 하나는 기가막혔지만, 툭 치면 금이 가는 싸구려 플라스틱 바디, 2.4kg에 달하는 묵직한 무게,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엔트리 모델 한계의 환장 조합으로, 2년이 채 안 되는 고등학교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액정과 하판이 분리되는 불쌍한 물생을 마무리했다.

3. (2015~2020) Thinkpad X220

오자마자 깨진 왼쪽 베젤이 안쓰럽다..

지난 E530에서 뼈저리게 느낀 엔트리모델의 설움. 씽크패드에 대한 애정으로 X/T 시리즈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용돈으로는 가끔 치킨값이나 받아 다 써버렸고, 공짜 학비에 용돈까지 주는 멋진 대학에 가지 못하고 값비싼 사립대학에 진학한 나는, 당시 X250/T450 모델들은 당연히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게 바로 X220이다.
IBM물이 다 빠지기 전의 구형 씽크패드의 멋, 아직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빨콩+7열 키보드, 마그네슘 롤케이지 프레임, 12인치/1kg 초반의 초소형·초경량 바디, 위에서 물을 부으면 배수구를 통해 줄줄 흘러나오는(https://youtu.be/d7cvi00OZDM 지금봐도 정말 멋지다. 심지어 내가 사용하면서도 물을 그대로 쏟은 적이 있는데 아무런 이상 없이 살아났다.).. 그야말로 공돌이의 마음을 저격한 비즈니스 노트북의 최고봉 X 바디를 단돈 2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던 절호의 기회..
이베이에서 열심히 물 건너 온 노트북을 그렇게 이리저리 고쳐가며 5년을 썼다. 구매 당시에도 이미 중고에 한물간 샌디브리지 노트북이었지만, 당시 저전력을 추구한 5~6세대 u 시리즈 cpu와 달리 노트북들과 달리 낭낭한 TDP를 자랑하는 m 시리즈 cpu를 사용했던 덕분에 전원선만 꽂아주면 나름 쌩쌩하게 돌아갔다. 

넥서스7을 태블릿으로 쓰던 때인것 같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활 내내 중요한 순간들에는 이 친구가 함께했다. 구리다 못해 엑셀과 워드 이외엔 봐주지 못할 수준의 디스플레이 덕분에 항상 멀쩡한 패널을 가진 태블릿/핸드폰으로 색을 봐가며 사진을 보정했고, usb 3.0 카드에, ssd, ram 업그레이드, 상하판 베젤을 다 갈아엎어가며 사용했다. 심지어 키보드는 적출해서 외장 블루투스 키보드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을 정도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타오바오에서 직구한 3d 프린팅 바디의 블루투스 개조 키트, 적출한 키보드를 사용중이다.

4. (2020~2022) Thinkpad X280

의도한건 아니지만..또 영문키보드다

무려 5년 만의 노트북 구매. 10세대용 노트북 cpu가 나오던 시기였지만 8세대 cpu를 사용한 노트북을 구매했다. 왜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역하고(사실 중고장터를 뒤지다가 전역 직전에 휴가 나와서 구매했다) 달리 모아둔 돈이 있나.. 그런다고 전역도 한 판국에 손 벌리기도 그렇고.. 이미 씽크패드를 써오며 노트북의 완성도에 대해 한없이 높아진 눈을 가지게 된 나에게 돈이 없다고 MSI, 한성, 레노버의 엔트리 노트북을 산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한정된 예산 하에 가장 멋진 씽크패드를 사고 싶었는데.. T 시리즈는 거의 2kg에 육박하고, X1 카본 시리즈는 여전히 너~~ 무 비싸고.. 13인치가 된 9세대 X시리즈는 중고 매물도, 가격도 맞지 않았다. 
결국 또 12인치 X시리즈를 잡아왔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나 만족스러운 노트북이었다. 지금 와서야 이걸 어떻게 썼나.. 생각이 들지만, 준수한 액정, 여전히 괜찮은 키보드, 가볍고 pd 충전에 적당한 배터리까지.. 대학시절에야 당연히 잘 썼고,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도 잘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집에서는 모니터를 쓰니 12인치의 액정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고, 밖에 나가서 작업할 때 빨콩으로 콤팩트하게 공간을 쓰며 역시 씽크패드다, 잘 선택했다 하며  씽크패드 팬심을 매일매일 키워가고 있었다.

대학원 동기의 맥북프로를 보기 전까지..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