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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요세미티 국립공원
    사진 2025. 8. 19. 20:48

    처음 대학 사진 동아리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의 카메라 품질은 형편없었다. 주간 사진도 선명하지 못했고, 야간 사진은 누구 얼굴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사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사고, 렌즈를 맞추는 일이 당연했다. 그러다 가끔 여행이라도 가게 된다면 최대한 좋은 화질로 추억을 남긴다는 생각에 무거운 카메라에, 렌즈에, 삼각대를 이고 지고 돌아다니곤 했다.

    시간이 흐르며 핸드폰 카메라가 좋아졌다. 마치 카메라로 찍은 듯, 선명한 사진을 주 야간 가리지 않고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카메라는 점차 갈길을 잃었다. 더욱이 1kg이 부쩍 넘는 내 풀프레임 DSLR을 좀처럼 진열대 밖으로 꺼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진은 계속 좋아했기에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사고, 다양한 필름 카메라를 모았다. 최근들어 RX100까지 들인 뒤 이 친구를 꺼낼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사진을 찍기위한 여행이 아닌 이상, 렌즈교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행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에는 더워서 카메라를 내려 놓고 싶고, 가방을 들때 마다 “이걸 들고왔지?” 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몇 차례 여행을 가며 점점 작은 카메라를 챙기다가, 얼마 전에는 RX100도 굳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에 아이폰만 하나 들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래도 추억을 남길만한 사진은 충분히 나왔고, 가끔 인스타에 올릴 정도는 충분했으니.

    그렇게 먼지만 먹고 있는 이 친구를 이제 보내줘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출장을 준비하며 갑자기 이걸 챙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에 비해 캐리어 하나로는 부족한데 둘을 챙기고 나니 공간이 남기도 했고, 평생에 한번 더 가볼지 모르는 요세미티 여행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70-200, 35mm 단렌즈에 삼각대까지 야무지게 챙겨 다녀온 후기는.. 

    무척이나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광학식 뷰파인더로 풍경을 바라보며 구도를 잡고, 노출을 맞춰 셔터를 누르고, 돌아와서 사진을 확대해보며 보정하는 모든 과정은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과는 무언가 다른 감성이 있다. 필름으로 찍는 사진이 투박한 감성이 있다면, 선명한 사진을 높은 관용도를 사용해 색을 담고, 구석구석을 확대해서 보며 완전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건, 디지털카메라가 가진 또 하나의 감성이 아닐까 싶다. 

    내 예상보다 광학과 센서 기술은 발전할 여지가 있었는지, 작은 카메라로도 감탄이 나올만한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아이폰을 신형으로 바꾸는 게 나을까를 고민할 판에, 내가 언제까지 풀프레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지는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나는 아직까지 핸드폰 사진을 보며 이렇게 즐거워 본 적이 없다는 거다.

    한동안은 여행을 갈 때마다 진열장 앞에서 고민을 좀 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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