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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2022년, 수원의 여름과 대전의 가을사진 2022. 12. 13. 00:12
오랜만에 묵혀둔 필름을 현상했다.
되도록이면 같은 현상소에서 오래오래 사진을 맡기고 싶어서 대전에 내려온 이후에도 현상은 계속해서 중앙칼라에 보내고 있다.
문제는 바쁘기도 하고, 사진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찍지도 않아서 한롤을 찍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심지어 한 롤 찍고 바로 보내기엔 귀찮고 아까워서 꼭 두 롤 정도는 찍은 후 보내게 되기 때문에... 결국 여름에서 가을까지 한 롤, 가을에서 겨울까지 한 롤을 다 찍고 나서 보내게 되었다.
필름을 꽤나 많이 사둬서 진짜 생활비가 바닥나서 필름을 팔아야 할 상황이 오거나, 정전으로 냉장고가 다 녹아버려 필름이 물에 잠기지 않는 이상 몇 년은 신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필름 한롤 한롤을 꺼내는 데에는 많은 고민이 들고, 제일 싼 코닥 골드에 손이 많이 간다.
덕분에 필름은 코닥 골드 200, 카메라는 올림푸스 mju zoom
똑딱이는 셔터스피드를 몰라서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잔상을 의도하진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간 율전, 엔센터뷰는 언제나 좋다 졸업식, 무척 더웠다. 정옥이 형 졸업식으로 찾아간 율전, 정말 엄청나게 더워서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안들었다. 그래도 정옥이 형 카메라로 졸업사진은 많이 많이 남겨줬으니 된 거 아닐까?
날짜는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 2022년이 맞다. 생각해보면 저기 살 생각도 했는데, 정말 큰일날뻔했다. 가끔 맛있는 냄새가 나는 장어집, 사악한 가격에 들어가볼 생각은 못해봤다. 종종 가는 카페, 사람이 없어서 좋다. 집 뒷골목, 카메라를 달랑달랑 들고다니면 가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보는 갑천, 가끔 일찍 들어올때면 적당히 노을진 아파트와 천변이 무척이나 예쁘게 보일때가 있다. 광역시 스타일의 조형물.. 알고보니 국화축제용 이었더라.. 전주에서 태어나서 인생의 반 이상을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대전에서 10달을 살아본 결과 느껴지는 건 여긴 무척이나 여유로운 도시다.
사실 내 삶이 썩 여유롭지 않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할 때도 많지만, 수원-서울-수원을 거치며 만 7년을 살아본 수도권에 비하면 다들 여유로워 보이는 감이 있다. 녹지도 참 많고, 인도도 차도도 넓다. 아이들도 많이 보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자주 휘적휘적 걸어 다니시는 걸 보면 괜스레 마음이 여유로워지곤 한다.
계절감이라는 개념도 여기와서 처음 겪어보는 것 같다. 꽃이 피고 지고, 사람들의 옷이 바뀌는 걸 구경하다 보면 단풍이 들고 또 진다. 잘 하고 있으면서도 조급해지기 딱 좋은 2년짜리 대학원 생활이지만 덕분에 가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여자 친구를 자주 못 보게 되는 일은 참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포항이 아닌 게 어딘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여튼 짧지만 만족스러운 장소이다.'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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